본문 바로가기
언어 & 문화/문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란?

by 게으른바나나 2020. 6. 4.
반응형

 

 

 

 

 

 

본 언어 & 문화 카테고리는 외국어 표현에 대한 저의 순수한 궁금증을 문화와 엮어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담아냈습니다. 부족한 글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소한 개념에 대해 들었다. 대화의 맥락은 이러했다. 최근에 난 Lizzo라는 가수의 노래('Juice'와 'Good as Hell')를 관심 있게 듣고 있었고, 친구도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흑인인 Lizzo가 아시아 계열의 옷을 입고, 장식을 두르고 찍은 사진에 대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했다고 하며, 'Cultural Appropriation'이라는 개념에 대해 말해주었다. 1월 초에는 그와 관련된 기사가 여럿 발행되었다. 

 

 

 

 

 

 

네이버 사전에서는 한국어로 이를 '문화 유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유용'이라는 단어를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 표현의 의미가 내게는 여전히 다가오지 않았다. (한국어를 더 공부해야 하나보다.) 다른 글을 찾아보니 '문화적 전유'라는 용어로도 번역되며, 더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출처: 네이버 사전

 

 

 

그래서 'appropriate'의 뜻을 좀 더 파보기로 했다. 사실 처음에 딱 생각나는 뜻은 '적절한'인데, '도용하다' '제 것으로 만들다'와 같은 뜻도 가지고 있다. '유용'보다는 좀 더 뜻을 이해할 것만 같다. 문화적 전유는 결국 특정 문화권의 문화를 가져가서 제 것인 양 만든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것이다. 흔한 예시로는 네이버 사전에 적힌 백인이 레게머리를 한 것이 있다. 그래서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봤다.

 

 

the act of copying or using the customs and traditions of a particular group or culture, by somebody from a more dominant (= powerful) group in society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특정 그룹이나 문화권의 관습, 전통을 사용하거나 도용하는 행위로, 좀 더 사회 내에서 우세한/지배적인/강력한 그룹에 의해 행해지는 것으로 설명한다. 결국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회 내에서 지배적인 힘을 가졌던 그룹이, 그들이 그동안 체계적으로 억압했던 마이너리티 그룹의 문화적 요소를 어떤 공감이나 맥락적인 이해없이 외적인 요소만을 쉽게 가져갔다는 점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인 것이다.

 

나도 종종 다른 인종이 아시아 문화를 다짜고짜 가져다간 작품들을 보면, 뭔가 마음이 갑갑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영국 남성 두 명이 이끄는 그룹 혼네(HONNE)의 일본 감성 짙은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를 볼 때면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지금도 뭐라고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그들의 노래는 듣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미묘한 감정은 같은 사회적 그룹 내에서도 알아차리는 정도가 다르고, 지배적인 그룹에 속한 사람은 더욱 알아내기 어려울 거다. 그래서 문화 유용에 관련된 글은 늘 'controversial(논쟁적인)'이라는 말이 뒤따른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에 뒤늦게 봤던 림 킴의 'yellow'라는 곡이 떠오른다. 일본+중국+인도+베트남+한국 등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도무지 한 가지 문화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뮤직비디오 안에 표현했는데, 아시아 문화권의 사람 혹은 아시아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본다면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를 아시아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오리엔탈리즘으로 점철된 하나의 '멋진' 문화로 생각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게 인상적이었다.

 

 

결국은 내러티브, 서사성이 중요하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결국 문화를 만드는 개인이 가진 내러티브가 중요한 것 같다. 세계적인 DJ인, 한국인 페기 구의 '별이 빛나는 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강강술래나, 태권도를 하거나, 하회탈을 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자신의 뿌리를 음악으로 승화해낸 모습이 세계의 찬사를 받는다. 결국, 내러티브가 있는 표현은 공감 받을 수 있지만, 사회적인 계층 구조 속에서 내러티브 없이 따라하기에 지나지 않는 문화적 전유는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하더라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것 같다. 

 

 

페기 구 - Starry Night의 뮤직비디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이 문화적 전유(문화 유용)에 대해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응형

댓글